뉴욕 덮친 캐나다 산불 연기…잿빛 고담시로 변한 맨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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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덮친 캐나다 산불 연기…잿빛 고담시로 변한 맨해튼

베가스조아 0 23 07.17 06:29

자욱한 연기에 매캐한 냄새…한산한 거리 속 마스크 등장

시카고는 '세계 최악' 공기질…캐나다 산불 186건 여전히 '통제불능'

이미지 확대(뉴욕=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1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바라본 허드슨강과 뉴저지주 일대가 캐나다 산불 연기로 인해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가려져 있다. 2026.7.16 nomad@yna.co.kr

1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바라본 허드슨강과 뉴저지주 일대

캐나다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매캐한 연기가 16일(현지시간) 국경을 넘어 미국 중서부와 동부 지역을 덮쳤다. 

폭염이 유해한 연기를 지표면 가까이 가두면서 대기질은 위험 수준으로 치솟았고, 주요 대도시 곳곳의 일상은 멈췄다. 

◇ 연무 속 맨해튼 스카이라인…폭염 만난 대기오염 치명적 우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희뿌옇게 미세먼지가 낀 것 같았던 맨해튼의 하늘은 늦은 오후가 되자 급격히 어두워졌다. 

짙은 잿빛으로 물든 하늘은 스카이라인마저 삼켰고, 어디선가 타는 듯한 매캐한 탄내가 났다. 거리 감각마저 무뎌진 도시는 마치 시공간을 초월한 듯 기괴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미지 확대16일(현지시간) 뿌연 하늘의 미국 뉴욕 브루클린 브리지
16일(현지시간) 뿌연 하늘의 미국 뉴욕 브루클린 브리지


주중에도 관광객들이 넘치는 맨해튼 미드타운도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곳곳에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손수건으로 입을 가린 주민들이 걸음을 재촉했다. 

평소 러너들과 관광객들로 붐비는 센트럴파크 역시 한산했다.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나오거나 운동복 차림으로 뛰러 나온 사람들은 있었지만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센트럴파크에서 자전거 택시를 운행하는 칼리드는 "손님이 별로 없다"며 빈 손을 저어 보였다. 

마스크를 쓰고 길을 걷던 밥 데나탈레는 "어제 오늘 공기가 좋지 않으니 실내에서 안전하게 지내라"며 이웃에 안부 인사를 건넸다. 

맨해튼에 거주하는 숀은 "이런 날은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며 "캐나다는 우리한테 연기 좀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투덜거렸다. 

이미지 확대(뉴욕=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1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행인들.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손수건으로 입을 가린 사람들이 보인다. 2026.7.16 nomad@yna.co.kr

1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행인들. 

이날 이미 새벽부터 대기질에 적색경보가 내려졌던 뉴욕은 오후가 되자 급격히 악화했다. 오후 6시께 뉴욕의 대기질 지수(AQI)는 230을 넘어 '매우 나쁨' 수준에 달했다. 

이는 야외 활동만으로도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 기저질환자에게는 더욱 위험하다.

뉴욕시는 공공 도서관과 소방서, 경찰서에서 고성능 N95 마스크를 무상으로 배포했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열고 시민들에게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실내에 머물 것을 권고했다.

맘다니 시장은 높은 기온과 연기가 겹치며 "오늘이 이번 사태 중 최악의 날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폭염과 대기 오염의 결합은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입원 및 조기 사망 위험을 급격히 높인다고 경고했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산발적인 소나기만으로는 짙게 깔린 연기를 씻어내기에 역부족이며, 정체된 공기 덩어리를 밀어낼 강한 북서풍이 불어야 대기질이 본격적으로 호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지 확대(뉴욕=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1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어퍼웨스트에서 바라본 센트럴파크와 어퍼이스트. 캐나다 산불 연기로 뿌옇게 가려졌다. 2026.7.16 nomad@yna.co.kr

1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어퍼웨스트에서 바라본 센트럴파크와 어퍼이스트

◇ 시카고, 30년만의 최악 공기질에 '세계 최악' 오명

캐나다와 좀 더 가까운 시카고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카고의 AQI는 이날 한때 597까지 치솟으며 전 세계 최악의 공기 질을 기록했다. 

주황색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던 2023년 6월의 최고수치(228)의 두배가 넘는 수치다. 오하이오주의 털리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등도 일제히 500을 넘겼다. AQI가 300을 넘으면 '위험' 단계로 분류된다. 

CBS 시카고 방송은 자체 분석을 인용해 대기질 모니터링이 시작된 지 약 30년 만에 시카고 지역에서 관측된 최악의 공기 질이라고 보도했다. 

시카고 당국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시내 모든 호숫가와 야외 수영장 50곳을 폐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소방관들이 직접 호숫가를 돌며 시민들을 대피시켰다. 

야외 주요 관광시설도 문을 닫았고 프로축구 시카고 파이어 FC의 경기도 연기됐다. 

시카고의 한 주민은 뉴욕타임스(NYT)에 눈이 따갑고 입에서 '금속 맛'이 난다며 아침마다 하는 반려견 산책을 짧게 끝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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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호숫가

◇ 캐나다 전역 불타는 산불 859건…진화 역부족에 군 투입 요청

현재 산불의 주발원지인 캐나다의 상황이 당장 나아지긴 어려워 보인다. 

캐나다 합동산불센터(CIFFC)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캐나다 전역에서 859건의 산불이 타오르고 있다. 그중 55건은 이날 발생한 새로운 산불이다.

186건은 당국의 진화 능력을 벗어난 '통제 불능' 상태다.

CIFFC는 현재 캐나다의 '국가 산불 준비 태세'를 두 번째로 높은 4단계로 상향했다.

캐나다에서 올해 산불로 소실된 면적은 이미 250만 헥타르를 넘어섰다. 

특히 온타리오주에서만 180건 이상의 산불이 진행 중이며, 이 지역 원주민 부족 사회와 농촌 등 최소 15개 지역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현장에는 150개 이상의 소방팀과 소방 항공기 50여대가 동원돼 24시간 내내 산불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질 던롭 온타리오주 비상관리부 장관은 연방정부에 캐나다 군 병력 투입과 긴급 항공 대피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토론토 현지 대형 병원 응급실에는 호흡 곤란이나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80% 폭증하는 등 의료체계도 압박을 받고 있다. 

캐나다 당국은 토론토 일대의 대기질 위험 지수를 최고 등급인 '10+'(매우 높은 위험)으로 상향했다. 세계적 명소인 나이아가라 폭포의 야간 불꽃놀이 쇼는 일시 중단됐다. 

이미지 확대15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15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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